2학기, 15주차.

– 1년차가 벌써 끝난다니… 실화입니까? 공부를 하고는 있고, 테크닉은 손에 익는데, intuition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가령 미시 3 중간고사가 만점인데, 그렇다고 내가 메커니즘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했냐고 하면 글쎄올시다. 4년 뒤에는 나아질까? 그 때면 경제학을 10년 공부한 셈이 된다(학사 전공진입 후 3년+석사 2년 + 박사 5년). 세상에.

– 퀄 끝나고 종합평가를 한 번 할 테지만, 첫 모듈과 마지막 모듈의 부하가 가장 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듈도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 지난 2주간 각 분야 교수님들이 분야 소개하는 field presentation을 했다. 계량, 거시, 실험, 노동, 산조, 국제무역 6개 분야를 전공할 수 있다. 가장 밀도 높은 시퀀스는 역시 노동경제와 실험경제. 그 다음이 국제무역과 계량경제. 산조와 거시는 간신히 시퀀스 구성해 놓은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앞의 4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퍼듀에 원서를 썼다. 솔직히 거시 하겠다고 여기 오는 건… 차라리 퍼듀 finance phd를 하면서 macro 시퀀스를 따라가는 게 백만 배 낫다. 재무 박사 어드미션은 물론 매우 어렵다.) 가능한 조합은 노동 – 실험 – 계량, 국무- 산조 – 계량 정도 되지 않을까?

– 목요일에 James Heckman 교수님 초청 행사가 있었다. 대학원 수업은 물론 전부 취소되었다. (…)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세션 1은 점심 먹으면서 경제학과 교수들과 최근 연구 동향 토론, 세션 2는 early childhood development 관련 학제간 세션, 세션 3은 학장님과 Heckman 교수님의 “fireside chat”. 앞의 두 개는 그저 그랬고 세션 3이 가장 재미있었다. Heckman 교수님은 역시 프로 막말러답게 직설을 쏟아냈다. 학장님의 fine-tuning 리드가 없었으면 어디까지 갔을지 의문. TOP5 저널 위주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위 5대 저널(so-called top 5 journals)에 논문 하나 내면 테뉴어가 보장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투고된 논문을 받아들 때면 나는 내 결정으로 조교수 한 명에게 테뉴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저널 편집자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

“소위 5대 저널을 누가 읽는가? 5대 저널은 경제학 일반을 다룬다.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절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필드 저널을 읽고 필드 저널에 투고한다. Econometrica와 Journal of Econometrics 중 어느 저널 논문이 더 많이 인용되는가? 후자다. 하지만 저 5대 저널 게재 논문 수가 개인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군림한다. 평가 기준이 학계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문제는 다들 인지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저널 편집자 얘기에서는 프리드먼의 저 유명한 노벨상 수상 연설 (“노벨상은 학계의 개인에게 주어져서는 안 되는 힘을 수여한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모 페이스북 친구분도 지적하셨듯이 “탑5 저널에 실리는 아티클 자체가 제너럴리스트가 읽을 만한 필드 스페셜라이제이션이 없는 아티클이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가의 말이라고 무작정 받아들일 건 아니긴 하다. 아무튼 살아 있는 경제학자 중 내가 가장 admire 하는 인물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특별했다.

– 금요일에 잡 마켓 나갔던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전망은 올컬러도 암흑도 아닌 잿빛이다. 어떤 분야를 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만 간다.

– 연일 대형 뉴스가 터지고 있다. 퀄 끝나면 남북/북미 정상회담 둘 다 끝난 시점이 될 테다. 그 땐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 리서치 하고 싶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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