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 주 NBER (2017-03-06)

총 13편. 한 편 빼고 전부 흥미로웠다. 석사과정 학생일 때 이렇게 읽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ㅠㅠ


– 어떻게 “틀린 게 맞게 되는”가? 마술적 전쟁기술과 잘못된 믿음의 지속성 (Why Being Wrong can be Right: Magical Warfare Technologies and the Persistence of False Beliefs)
= 과학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믿음이 어째서 소멸하지 않는지를 이론적으로 밝힌 논문. 이런 믿음은 1) 관찰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어 반박하기 어렵고 2)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내부경쟁을 촉진할 때 유지된다.

어떤 고대 부족 전사들이 샤먼의 축복을 받으면 칼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하자. 단, 남의 것을 훔치거나, 여성과 잠자리를 갖거나, 사과를 먹으면 안 된다. 이 경우 전사가 죽더라도 샤먼의 축복이 무효인지 축복이 유효했으나 어젯밤 실수로 음식에 든 사과를 먹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절도나 성관계가 금지당하므로 무력집단이 평판과 기강을 잃는 최대 요인 중 두 개가 원천차단된다. 이러면 전사집단의 행태가 사회적 최적에 가까워지고, 유지될 조건을 만족한다. 대충 이런 얘기. 논문은 아프리카 사례를 가져왔는데 꽤 재미있다. 예시가 논문의 절반이고 엄청 흥미롭다.

그냥 학부 게임이론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다 해서 13페이지니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 볼 수 있을 정도.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게 NBER까지 가나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뻗어나갈 여지가 많은 것 같다.

– 도구변수와 인과메커니즘: 무역이 노동자들과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Instrumental Variables and Causal Mechanisms: Unpacking The Effect of Trade on Workers and Voters
= 계량방법론을 확장해서(식별문제 해결) 최근의 “포퓰리즘 반동(populist backlash)”과 국제무역의 관계를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한다. 아주 시사적인 페이퍼. 가설은 쉽다. 어떤 국가가 저임금 제조업 국가들과의 무역에 “노출”됨 – 노동시장에 영향 – 투표행태에 영향.

여기서는 먼저 무역 “노출”이 투표행태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관계를 확립한다. 그리고 무역에 따른 노동시장 교란의 인과관계를 정립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효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도출한다.

독일 데이터를 이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수입경쟁은 극우정당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이 상승분을 (무역의) “직접효과” 와 노동시장을 거친 “간접효과(mediated effect)”로 분해한 결과, 간접효과가 더 컸다. 직접효과는 비교적 작았고 방향이 달랐다. 즉, 간접효과를 상쇄했다는 것.

저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면 무역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재적인(moderating)”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시사점을 내놓는다. (미국의 분석결과와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 경제발전과 윤리적으로 민감한 행위 규제의 관계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egulation of Morally Contentious Activities
= 저자들은 윤리적으로 첨예한 이슈인 낙태와 성매매, 대리모와 경제발전의 관계를 실증분석하고 간단한 해석 틀을 제공한다. 해당 이슈에 “관대한” 입법이 이루어지려면 관대한 유권자들이 늘어나야 한다.

유권자 수 변화는 크게 1) “관대한” 입법의 경제효과 2) 경제발전이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에 미치는 효과 3) 경제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평가 기준 변화라는 3개 요인에 영향받는다. 요인분해한 항등식을 40년짜리 국가별 데이터로 실증분석한 논문.

결과 자체는 “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비경제적 요인이 이만큼이나 중요했다”라서 뻔하다면 뻔한 논문. 최근 실증연구자들이 비경제적 요인으로 계속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종속변수건 독립변수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 보편 프리스쿨 교육은 성공적인가? 프로그램 접근성과 프리스쿨의 효과 (Does Universal Preschool Hit the Target? Program Access and Preschool Impacts)
= 프리스쿨은 불평등으로 직결되는 성취도 격차를 줄일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미친 영향을 비교분석한 연구는 없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선택적 프로그램보다 주 재정지원 보편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건 제목을 번역할 재간이 없었다. 한국어가 “보편 vs. 선택”인데 비해 영어는 “universal vs. targeted”라서 가능한 제목. 보편적 프로그램이 선택적 프로그램보다 정책효과를 “적중” 시켰다는 본인 주장을 깔끔하게 요약했다. 키야..

– 학교 점심식사 품질과 학업성취도의 관계 (School Lunch Quality and Academic Performance)
= 급식충 헌정 페이퍼(…) 학교 식단의 영향은 오래된 주제다. 식단은 학생들의 육체적 건강(비만)과 정신적 건강(충분한 영양공급과 인지발달의 상관관계) 둘 모두와 연관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1) 건강한 식단이 비만율을 낮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 건강한 식단을 공급할수록 시험 점수가 향상되었다. 식단 칼로리 총량보다 식단 영양구성 품질의 영향이었다. 이제 캘리포니아 학생들은 학교 탓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하버드에 못 간 건 고딩 때 학교 식단이 bullxxxx였기 때문이야.”

– 국가 모델 차이가 지역 내 집합행동과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베트남 역사의 사례 The Historical State, Local Collective Action, and Economic Development in Vietnam
= 오래 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을 지배했던 국가가 각각 중앙집권/지방분권적이었다는 점을 이용한 연구. 국가가 역사적으로 사라지더라도 그 유산은 남아 영향을 미치는가? 즉, 과거의 정치체제 차이는 오늘날의 생활수준과 경제발전 정도에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을 자연실험/회귀단절법으로 실증분석한 논문.

국경지역에 위치한 탓에 중간에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지배권이 넘어간 지역을 그렇지 않은 지역과 비교했다. 중앙집권형 국가(북베트남)가 멸망하더라도 국가 강제력이 사회적 규범의 형태로 남아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짓는다. 역사적 데이터 많이 썼다는데, 글쎄… 솔직히 이런 페이퍼 처음 봤을 땐 fancy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샌 좀 회의적이다. 흠…

여담으로, 본문에서 제임스 스콧의 <농민의 도덕경제 (The Moral Economy of the Peasant)>가 인용되었다. 내가 경제학 논문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 책 인용 처음 봤다. 어쨌든 정치학 쪽에 더 가까운 페이퍼인 건가 싶다.

=== 이외 논문.

– 최초의 공공보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는가? 결핵운동의 사망률효과 (Was The First Public Health Campaign Successful? The Tuberculosis Movement and Its Effect on Mortality)

– 이스라엘 이민사와 세계화의 교훈 Israel’s Immigration Story: Globalization Lessons
– 브렉시트가 해외투자와 생산에 미친 영향 (The Impact of Brexit on Foreign Investment and Production)

– 충동적 소비와 재무적 웰빙: 술 마시기 쉬워지면 어떻게 될까? Impulsive Consumption and Financial Wellbeing: Evidence from an Increase in the Availability of Alcohol
– 대공황기의 재무마찰과 고용 Financial Frictions and Employment during the Great Depression

– 큰 은행이 고평가되는가? Are Larger Banks Valued More Highly?
– FX 시장의 계량경제학: CLS 은행결제 자료에서 나온 새로운 발견 (FX Market Metrics: New Findings Based on CLS Bank Settlement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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